생각지 않게 명상정원
대청호 오백 리 길 명상정원을 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월, 화, 수, 목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이야기 수업을 마치면 괜히 좀 허전하다.
내게서 에너지가 다 빠져 나간것 같고
하여 금요일엔 뭔가 보상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새벽 5시 20분 알람에 맞춰 일어났는데 뜬금없이 대청호 드라이브를 갈까?
거기 가서 아침을 먹어야지...
하여 급하게 샌드위치를 만들고, 달걀을 삶고, 텃밭에 농사지은 감자도 찌고
이것저것 부지런히 챙겼다.
"여보, 일어나요."
"일어났네요."
"대청댐....거기 가서 아침 먹자구..."
"웬 아침을 거기 가서.."
"그냥.. 심심하니까.."
눈 비비고 일어나자마자 아내의 뜬금없는 말에
그저 헛웃음을 웃는다.
"난 준비 다했으니 당신도 10분 안에 준비하고 출발하자고요."
남편은 눈 비비고 일어나자마자 이게 웬일이냐 묻지도 않고
10분보다는 조금 늦게 준빌 마치고 6시 20분 집을 나서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대청댐 안에 있는 대청공원에 도착이다.
대청공원엔 새벽을 깨우며 라이딩 하는 사람들,
데크 길을 달리는 러너들,
강아지 줄을 잡고 산책 나온 사람
많지는 않지만 몇몇이 새벽을 깨우고 있다.
사실 새벽 댓바람에 여길 온 것은 어젯밤 인터넷 기사에 낚여서 ㅠㅠㅠ
대청공원에 수국이 가득 폈다고, 7월 초에 방문하면
딱이라는 기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뭐든 결정을 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이 성질머리 때문에 고생은 남편 몫이다.
"헌데 수국은 대체 어디 있어?"
"글게...나도 모르죠...나는 갸가 있다고 해서 온 거지"
참 어이없어서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얀 에나멜 수국이 있지만
사진으로 본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에이~~아침이나 먹고 갑사다."
데크 전망대에 올라 아침을 먹고...사진이고 뭐고 ....
그런데 이왕에 나왔으니 어디든 가자고 한다.
고마운 내편,
재빠르게 검색을 해서 가까운 옥천 장계관광지로 가자고....
"여보 명상정원이네. 세상에 ~~여기로 지나가는 거였구나."
"저기 좀 들렸다 가자."
옥천으로 가는 길에 만난 명상정원 이정표가 나오자 내가 수다스럽게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 지나가는 거 몰랐어?"
"몰랐지... 내가 어찌 알어.."
"옥천으로 가면 당연히 여길 지나가지."
"당신은 알고 있었구만."
"그럼 여기 오려고 생각했어?"
"했지." "와~~최고.."
이럴 땐 알아도 모른다고 하는 게 최고...
괜히 미안한 마음에 ....
방문객 1도 없이 오롯이 우리 둘만이 이 모든 걸 누리고 즐긴다.
"앗... 거위들이 모여있네"
"아침 조회라도 하는 걸까?"
"여보 누가 선생님일까?"
"오늘 하루를 어디서 어떻게... 먹이 사냥은 어디서 할지.. 뭐 이런 회의를 하나 봐."
"가만있어봐. 내가 가서 알아보고 올게."
남편 말 한마디 할 기회도 없다
가만가만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회의는 끝이 안 났는지..
거위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선생님쯤 되는 커다란 거의가 꺽꺽 소리를 내자 호수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런데 가족 단위로 움직인다.
가운데 아기 거위를 두고 엄빠가 양쪽에서 보호를 하며 물 위로 나아간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식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
"얘들아 잘 가... 안녕.."
오늘도 많이 웃고 행복하거라.."
새로 단장을 했다.
그런데 나는 지난번 그 모습이 더 좋았다.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게 부는지.... 정말 시원했다.
한참을 지나자 할아버지 하고 손녀딸이 왔다
사진을 찍어주고 갔다
마치 사진 찍어주러 온 것처럼...
우리는 오늘 가기로 한 목적지도 잊은 채 여기서 놀았다,
침묵 속에 자연을 느끼고, 물멍도 하고, 이럴 땐 바다 보다 호수,
커피 보다 물멍이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도 추고, 쌩쑈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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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오백리 길, 명상정원
25. 5. 31대청호 수변공원 장미를 보고 다음 코스는 대청호 오백 리 길 명상공원이다.넓지 않지만 주차장, 화장실이 갖추어있다. 대청호는?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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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첫 방문 때의 느낌,
오늘은 나 홀로 나무 아래서 시원하게 불어 오는 호수 바람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 오는 날 다시 가고 싶은 대청호 명상정원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뭐 하는 거지?
어쩌다 잠을 놓쳐서... 잠이 멀리 달아났다.
다시 붙잡아봐야겠다....7. 5.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