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일상/카라의 가족

엄마의 추석...

카 라 2014. 9. 9. 19:54

 

 

요양원에 계시는 엄마가 내게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애야~`이번 주말에는 퇴원해서 집에 가자."

'애야 이번 말일에는 퇴원하자~`"

" 딸아~~나 병원이 싫다 ~~집에 가고 싶다.."

 

퇴원만 할 수 있다면~~~

집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불행하게도 엄마는 퇴원할 수가 없다.

아마도 돌아가시기까지 집에는 못가지 싶다..ㅠㅠㅠ

 

그리하여 이번 추석명절인 다른 때보다 휴일도 길거니와 준수가 친가에 가고 없으니

엄마를 모시고 엄마집에는 못가셔도 우리집에 오셔서 하룻밤이라도 주무시게 할 마음으로

요양원 측에도 그렇게 말해놓고 추석전 날인 7일 시댁 금산으로 갔다.

오랫만에 만난 조카와 조카딸들...특히나 이번엔 조카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학교수로 임용되어 모두가 축하의 분위기로 저녁은 근처 식당에 가서 외식을 하기도 했다.

결혼 33년만에 추석전 날 외식을 하기는 처음인것 같다..

 

그리고

추석날 아침...새벽같이 일어나 음식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고 설것이를 하는데 요양원에서 전화가 왔다

웬지 불길한 느낌이다.

아니다 다를까 엄마가 새벽부터 고열이 나는데 해열제를 드셨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병원에 모시고 가야할것 같다고...

청주가 시댁인지라 모두 청주에 와있는 동생들에게 전화를해도 받지 않아 문자를 남기고  급한 마음에

얼른 청주로 돌아오는 길...상행선 신탄진쯤에서 부터 막힌 고속도로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느리게~~느리게 남 속타는 줄도 모르고...그러는중에 다행히 요양원으로 아버지께서 오셨다고...

"아부지 얼른 119타고 성모병원으로 가세요..." 그쪽으로 직접 갈께요...

 

.

 

 

2시간 40분만에 성모병원 응급실에 도착해보니 동생들도 모두 와있다.

엄마는 손등에, 가슴에, 줄줄이 검사 줄을 달고 누워계시는데 그만 또 왈칵 울음이 쏟아진다.

그 모습이 금방이라도 돌아가실것 같다. 쓰러지신지 1년 하고도 3개월..그동안 뼈만 남은 모습으로 마르셨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있던 동생들도 언니가 우니 따라서 훌쩍훌쩍 우는데 그 또한 마음 아프기가 이를데없다.

 

담당 의사를 만나니 가슴 엑스레이 상태도 양호하고 피검사도 수치도 괜찮다고...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가슴과 뇌 시티촬영을 하고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고한다.

응급실은 오기만하면 무조건 중환자실로 가란다..

자기들은 마땅히 그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중환자실로 가라고 하겠지만

참 야속하다. 동생들과 제부들, 우리 내외, 아버지~~이렇게 일곱이 이런저런 각자의 의견을 내놓는다

모두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하자고...그리하여 입원 동의서를 쓰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말리신다.

중환자실 가면 코에 콧줄껴야 하고..엄마만 힘이 든다고  ~~

일단 요양원으로 갔다가 다시 고열이 나면  다시 오자고 하신다.

그동안 열도 떨어졌고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사설 엠블을 불러서 요양원으로 왔다.

 

아버지와 남자들은 다 집으로 보내고 딸 셋이 점심 저녁도 거르고 엄마 옆에 붙어 있는데 

엄마는 안정을 찾고 비록 많지는 않지만 저녁을 드시곤 곤히 주무신다 

밤 12시가 다되어 집으로 돌아오니 온 몸에 기가 다 빠져 나간듯하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오늘 아침 일찍 여동생들이 가서 엄마 시중도 들어 드리고 점심도 챙겨 드리고 각자 자기집으로 갔다.

저녁은 내가 가서 챙겨 드리고....눈동자도 맑아 보이고, 얼굴도 평안해 보이고 식사도 전보다 많이 드시는걸 보니

또 휴~~~하고 한고비 넘겼구나 싶다. 이러기를 벌써 몇 번째인지....

하지만 그럼에도 엄마가 옆에 계신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진심으로~~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나 더 자주 있을지 어떨지~~아무도 모르는 일...그저 계시는 동안

옆에 계시는 동안~~~~계시는 동안~

이렇게 엄마의 추석은 끝났다는 슬픈 이야기..ㅠㅠ

 

사진은 2012년 세 딸과 엄마, 여자 넷이 함께한 3박 4일의 제주도 여행..

이렇게 걸어 다니실 때, 그 때 더 자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에~~

후회하면 이미 때는 늦으리~~~다..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