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1월 23일 수요일....

 

아침부터 분주하다..

마음도 몸도...

지난 밤부터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얼마나 추운지...

 

감기에 걸려 콜록 거리지만 아이를 가져서

병원에도 못가는 딸래미 생각에

차를 가지고 가서 회사에 태워다 준다고 하자

 

"열모 나셨네~" 한다..ㅎㅎ

열녀가 아니고 열모 맞네..ㅋ

재치있는 딸래미 말에 웃음이난다.

 

.

오전에 교회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도 내 마음은 온통 오후에 만나기로 한 그녀에게로~~

그녀를 만나러 가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불어대는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한다..

 

그녀...내 오래된  배앓이 짝사랑의 대상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누구의 소개로 내가 우리 교회로  전도했지만 곧 내 앞에서 사라진 그녀다

이렇다, 저렇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 후 지금까지 소식이 깜깜했던 그녀다...

 

언젠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그녀가 식당으로 들어오는게 아닌가..

친정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너무도 반갑고 놀라워  아는체를 하며 인사를 했지만  그녀는 시큰둥하며 내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먼저 식당을 나오며 그들의

식사까지 계산을 하고 왔지만 그녀에게서는 전화 한 통, 감사하다는 문자 하나 오지 않았었다...

고맙단 말을 들으려 한것은 아니지만

이게 끈이 되어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그렇게 세월이 흘러  3년이 지나는 동안 꾸준히  문자를 보내고 간간히 전화를 걸어보지만

그녀는 단 한번도~~정말 생각해보니 단 한번도 전화를 받은적이 없다..

그저 일방적인 내 짝사랑이다....정말 무심하고 야속한 그녀다..

하지만  그녀를 만날 때 그녀의 상황이 정말 어렵고 힘든 시기였음을 알기에 형편이 좀 나아지면 연락이 오겠지

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다...

 

결혼식은 커녕 혼인신고도 하지않고   아이를 낳아 살던 중 남편은 집을 나가 소식이 없다가 어느 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 살고 있으니 더 이상 매달리고 귀찮게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그럼에도 아이 때문에 남편을 찾아가 매달리고 설득했지만... 끝내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미혼모가 되어

하루하루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기에 그녀는더 더욱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아픈 가시였다..

 

 

 

그런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얼마나 반갑고 또 반가운지....

 

놀랍게도 우리집 근처 상가에서 일을 한다고

 하며 시간되면 놀러 오시라고....

 

그리하여 오늘 찾아갔는데

그녀는 사촌언니가 운영하는 화장품 매장 한 쪽의

조그만 공간에서 맛사지 샵을 하고 있었다.

 

그간의 사정이야 물어보지 않아도 힘들었을 터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는데...

 

함께 있던 그녀의 사촌언니가 슬며시 자리를 피해주니

그동안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하며 그간의 사정을 털어 놓는데  생활고와 우울증까지 겹쳐 정말 살고 싶지 않았다고....

여러 번 죽을 생각을 했지만 초롱한 눈망울로 엄마를 쳐다보는 딸 아이 생각에

차마 그러지도 못했다고....여기 사촌언니의 도움으로  학원을 다녀 맛사지 자격증을 따고 이렇게 작지만 샵을 차렸노라고....

너무도 힘든 시기여서 문자에도, 전화도 받을 용기가 없었다고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는 그녀 앞에 그만 나도 함께 울었다..

딸아이 소식을 묻자 올 해 학교에 들어갔다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맛사지를 해주고 싶다고..

맛사지라니 평생에 결혼식 신부화장 할 때 빼곤 지금까지 맛사지라곤 받아본 적이 없어 여러 번 거절했지만

결국 팔자에 없는 맛사지를 받았으니 그것도 웃옷까지 훌~훌~벗고 어깨며 등짝까지...

영 내 체질이 아니다...아이고 창피해라...ㅎㅎ

 

지갑에 있던 십 만원짜리 수표 한 장..

사실은 이것도 누구에게 전해 주라고 받은 것이지만....그녀에게 건네며 맛사지 티켓을 끊고 왔으니...

울 아들은 "엄마 완전 엮인거야..엮인거라고...엄만 마음이 약해서 탈이야~~"어쩌구 야단이다..

 

엮였으면 어떻고..낚였으면 또 어떤가...

내 마음의 짝사랑 그녀를 만났으니 이 보다 더 기쁜 일이 있는가...

 

저녁으로  준비한 뜨거운 동태찌개 만큼이나 내 마음도 뜨겁게 달아 올라 있으니...

이 겨울엔 그녀 때문에 앓던 가슴앓이가 좀 가라 앉을 수 있을런지....

 

                      

 

도종환 시인은 노래하길..

 

이 세상의 모든 꽃들은 다 흔들리며 핀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다 흔들리며 비에 젖으며 핀다고...

 

흔들리며 줄기를 곧게 세우고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운다고..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며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느냐고...

 

그녀의 삶도 이렇게 흔들리며 젖으며 힘 들지만 결국은

아름답게 꽃피고 열매 맺기를 기도하는 아침이다..

 

2011년, 11월 25일 아침에...김영실

 

 

'카라의 일상 > 카라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사하며 11월을 마무리...^^*  (0) 2011.12.01
기도해주세요..  (0) 2011.11.28
새로운 경험~요양보호사  (0) 2011.11.16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0) 2011.11.03
새 생명축제를 마치고...  (0) 2011.10.3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