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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월의 마지막 주말
충북 도립극단의 "다시, 민들레" 연극 관람을 하였다.
민들레는 홀씨 되어 날아가 수많은 민들레를 다시 꽃 피우게 하는
생명력이 있는 꽃이다.
민들레는 노란색으로 봄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놓고
겨우내 잠들어 있던 감성도 깨우고 저녁도 먹고 와야지
나름 멋진 나들이를 계획했지만 추워도 너무 추웠던 날이다.
지난주는 반팔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은 따듯하다 못해 덥기까지 했는데
이번 주 겨울이 다시 온 듯 내내 춥다 게다가 오늘은 강풍에
펄펄 눈까지 내리는 이상한 날씨다
예전 같으면 무심천 벚꽃이 절정을 이룰 때지만 올해는 아직 벚꽃 기별도 없다.
암튼 이렇게 이상한 날씨다 보니 겨울 코트를 입었다가 암만 그래도 봄이지 싶어
봄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갔다 얼어 죽을 뻔했다.
추워도 너무 추웠다.

연극 <다시, 민들레>는 2008년부터 300회 이상 공연된 메가 히트작으로
이일화, 정보석, 안내상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참가하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왔는데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통해
부부의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뿐 아니라,
죽음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감동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충북 도립극단 배우들이 열연을 했다.

3시 공연인데 좀 일찍 갔더니 앞자리를 배정받았다.
앞에서 열연하는 배우들의 디테일하고 생생한 표정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금, 토 이틀 동안 4차례 공연인데 매 회 만석이었다고 한다.
지방에서는 이런 공연을 자주 볼 수 없기에 그렇다.
우리도 참 오랜만에 연극을 관람했다.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의 무덤을 자주 찾아간다.
아내가 그립기 때문이다.
아내가 있는 곳은 민들레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남편은 아내를 찾아올 때마다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차마 입으로 말하기 어려운 말을 하며
애리에게 엄마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당신이 잘했다고 할 거라고...
이번에는 분명히 승진을 할 거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지만
승진에 탈락하고 울화통을 풀어내기도 한다.
또 그때는 왜 그랬냐고..
내 마음은 그 게 아니었다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로 단절되었던 시간을 다시 풀어내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 딸이 결혼식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예쁜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데
딸이 아닌 바로 당신을 보는 듯했다고.. 결혼식을 할 때 당신이 얼마나 이뻤는지..
출가한 딸이 전화로 아빠 집에 갈 거라는 말을 듣고 언제부터 아빠 집이었냐고
우리 집 아니었냐고.. 아빠 집이라는 딸의 말에 얼마나 서운했는지..
아내의 무덤을 찾아 구부정한 초로의 모습의 남편이 쏟아내는 격정의 말들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젊은 남편은 아내를 찾아 올때마다 중년의 남편으로,
초로의 남편으로,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

자칫 무거운 분위기일 수 있는 극에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감초 같은 부부...

공연 중에 연신 눈물을 쏟는 옆자리의 40대쯤 보이는 여자 관객,
나는 그저 가슴이 먹먹 하기는 했어도 눈물은 나지 않는 걸 보니
내 가 말랑말랑한 감성을 지니기엔 너무 많은 나이가 들었나 보다.
그럼에도 남편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남편, 또 남편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
43년을 함께 살아온 세월이다.
남편이 두 번째 퇴직을 하고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는 날이 많고
같이 있는 시간도 많은데 자칫 부딪치고 힘든 건 아닌지... 이런 우려가 있었음도
3개월을 살아 보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ㅎㅎ
아침에 계란 삶기 담당을 하고, 하루 한 번은 자청해서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잘하고 품목을 적어 주면 마트도 다녀오고.. 주 2회 붓글씨 배우러 나가고
서로 동선을 엇갈리게 잘 활용한다.
함께 장구 배우러도 가고...

공연을 마치고 연출가와 배우들, 관객들이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객들이 질문하면 배우들이 답을 하고..
그런데 배우들보다 연출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남편이 나에게 질문을 하란다.."참 내 뭘 알아야 질문을 하지.."
이왕에 시내를 나왔으니 근사한 데 가서 저녁을 먹고 오자고 했지만
하도 추워서 근사고 뭐고 집으로 가자고...
주차한 곳으로 걸어가는데 온몸이 달달 떨린다.
동네 식당에서 갈비탕을 포장해 와서 펄펄 끓여 뜨거운 국물을 먹으니
추위가 풀린다.

"AC~~ㅠㅠ 글을 다 써서 발행까지 했구먼 다시 수정하는 도중
글이 다 날아가 버렸다.ㅠㅠ
이럴 때 왕 짜증이지만 어쩔 수 없다. 다시 써야지..
다시 쓰려니 처음의 감성이 아니다. 그렇잖아도 메마른 감성인디
왕 짜증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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