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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 12


동부창고 정원 만들기를 하고 집에 오는데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다

오후 4시 산성옛길
산책이나 하고 오자고 집을 나섰다

 

산성옛길로 오르는 이 길은
예전엔 버스가 산성마을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길이 구불구불~하여
터널을 뚫어 새 길을 내고 이 길은 시민들의 산책길이 되었다


와~~~이쁘다.

.이뻤다 그 날은 참 이쁜 가을이었다.

 

 

 

 

 

 

 

 

 



 

 

 

 

 

 

 



 

 



 

 



 

 

 

 

 

 

 

 

 

 

 

 

 

 

여기서 돌아갔어야 했다
남편 말은 듣는 게 아닌데 가끔
내 고집을 꺾고 남편 말을 들으면
낭패를 보더라는~


그만 내려가자 하니 산으로 올라 가자고 한다
산성마을에서 저녁을 먹고 와도 늦지 않는다고..





 

아무도 없는 길을 그것도
어둑어둑 어둠이 내려는 시간에 . .
내가 있는데 뭐가 무섭냐고 하는데
막상 멧돼지라도 나타나면 남편이 나를 어찌 도울 수 있단 말인가 참..

 

산성 성곽이 보이니 어찌나 반갑던지...
성곽에 이르니 가끔 데이트 하는 젊은 남녀가 서로서로 정답다.

 

 

 






산성마을로 내려와 두부전골을 먹고 나니
깜깜하다.

온 길로 되돌아 원점회기는 불가능하고
버스를 타고 차를 주차한 약수터까지 가자 하니
둘 다 마스크를 안 쓰고 왔으니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하여 버스가 다니는 큰길을 걸어서 돌고 돌아
핸드폰으로 불을 밝히고 걷는데 낙엽이 미끄러워 자칫 넘어질 뻔했다

 

 

내 고집대로 내려갔어야 했다고 구시렁거리며 깜깜한 밤길을 걷는데
남편이 갑자기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라는 글이 생각난다고 한다
낙엽을 태울 때 그 냄새가 참 좋다고 하며...

목석같은 남편 입에서 이런 감성 어린 말이 나오다니 놀라워서
아~~ 응... 그래?.. 하며 추임새를 넣자니 잠깐 나무벤치에 앉으라 한다
찾아서 읽어주겠다고~
"낙엽을 태우며"라는 글이 詩라고 생각을 하여 시 한 편 읽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
하고 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詩가 아니라 수필이다 얼마나 긴지... 어쩔 수 없이 듣는 척은 했지만 속으론
비가 오면 어쩌나.. 별도 없는 이 깜깜한 밤에, 지나가는 사람 하나도 없는 이 길에서...
머릿속엔 온갖 무서운 상상이~
하여
"여보 낙엽이고 뭐가 무서워 죽겠어 그만 집에 가서 나머진 읽어 주 빗방울 떨어지잖아~"

지금도 남편이 읽어준 글 내용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낙엽 태우는 냄새가 갓 볶은 커피 냄새 같다.. 뭐
이런 말이 생각나는 게 전부다

이상한 건 나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라는 글이
왜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걸까..